작성일 : 21-01-26 16:12
‘양자역학’과 ‘칸트의 선험적(先驗的 , transzendental)’ 이란 말의 의미
 글쓴이 : 곽윤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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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칸트의 선험적(先驗的 , transzendental)’ 이란 말의 의미

곽 윤 항


‘양자역학’과 ‘칸트의 선험적(先驗的 , transzendental)’ 이란 말의 의미가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보기 위해 우선 ‘칸트의 선험적’이란 말의 의미를 알아보자.
칸트는 ‘선험적(先驗的 , transzendental)’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상들 일반을 우리가 인식하는 방식을 ― 이것이 선천적(先天的, a priori)(주석1)으로 가능한 한에서 ― 다루는 모든 인식을 선험적이라고 한다.」(B26)
‘선험적’이란 ‘대상 일반에 대해서 선천적으로 가능한 인식방식을 다루는 것’ 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대상’이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대상 즉 경험의 대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대상의 인식 방식이라는 말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칸트는 순수이성의 초판에서는 “대상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상들 일반에 관한 우리의 선천적 개념들을 다루는 모든 인식을 선험적이라고 한다.”(A12)
여기서 ‘선천적 개념들’은 ‘선천적 개념들과 선천적 직관들’로 대치되어야 함을 B80~81 (바로 다음에서 인용된다.)에서 알 수 있다.

칸트는 “모든 선천적 인식을 선험적이라 말한 것이 아니라, 어떤 표상들이 (직관들이건 개념들이건 간에) 선천적으로만 사용되고 혹은 선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과 또 어떻게 그러하냐 하는 것을 우리가 인식하도록 하는 선천적 인식만을 선험적이라고 말해야 한다. (선험적이라는 말은 인식의 선천적 가능성 혹은 인식에 관한 선천적 사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공간도, 공간의 어떠한 선천적 기하학적 규정도 선험적 표상이 아니다. 이런 표상들의 기원이 경험이 아니라는 것과, 그럼에도 그러한 표상들이 선천적으로 경험의 대상과 상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B80~81)
(B26)와 (A12) 그리고( B80~81)를 종합해 볼 때, ‘선험적’ 즉 ‘대상일반에 대해서 선천적으로 가능한 인식방식을 다루는 것’은, 대상에 관한 선천적 개념들과 선천적 직관들을 다루는 것이다.
이것은 대상을 인식할 때 선천적 개념들과 선천적 직관들에 의해서 인식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선천적 개념들과 선천적 직관들을 다루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다루는 것이다. 첫째, 선천적 개념들과 선천적 직관들이 어떻게 선천적으로 가능한가? 둘째, 선천적 개념들과 선천적 직관들이 경험의 대상과 상관하는가 여부를 따져야하고 또 어떻게 그렇게 상관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아야 한다. 선천적 개념들과 선천적 직관들에 대한 이와 같은 탐구가 바로 선험적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선험적’이란 대상 일반에 대해서 선천적으로 가능한 인식방식을 다루는 것이다. 이것은, 대상일반에 관한 선천적 직관들과 선천적 개념들이, 어떻게 경험에서 독립적으로 (즉 인간의 인식주관으로 부터) 유래될 수 있으며, 어떻게 경험의 대상과 상관할 수 있느냐를 다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칸트에 있어서 대상일반에 관한 선천적 직관들과 선천적 개념들은 무엇인가? 선천적 직관들은 공간과 시간이고, 선천적 개념들은 범주와 이념이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인식기관에는 감성과 오성 그리고 이성이 있다. 각각의 인식기관은 자신들의 인식방식에 따라 인식한다. 공간과 시간은 감성의 형식이고, 범주는 오성의 형식이고, 이념은 이성의 형식이다. 감성은 공간과 시간이라는 자신의 인식 형식을 가지고 감각자료를 수용하여 정리 정돈한다. 오성은 범주라는 형식에 의해서 경험의 대상을 성립시키고 인식한다. 이성은 이념에 의해서 인식들을 정리하고 인식들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칸트에 있어서 ‘선험적’이란 의미를 다시 쓰면, 첫째 대상일반에 관한 선천적 직관들과 선천적 개념들이 어떻게 경험에서 독립적으로 유래될 수 있는가, 둘째 그것들이 어떻게 경험의 대상과 상관할 수 있는가, 바로 이 두 가지를 다루는 것이다.
‘선험적’이란 의미를 양자역학에 관해서 살펴보자. 양자역학은 ‘선험적’인가? 이것을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양자역학에 있어서 핵심적인 내용은 불확정성원리이다. 두 변수 q, p에 대해 qp-pq=ih/2π(h:플랑크상수) 인 관계가 성립할 때 q, p사이에는 불확정성원리가 성립한다. 이 경우 물리계는 두 개의 양 q, p 를 동시에 정확하게 소유할 수 없다. 두 변수 q, p는 물리계의 위치와 운동량이 될 수도 있고, 물리계의 에너지 측정이 행해지는 시각과 에너지의 양이 될 수도 있고, 장(예를 들어 전자기장)의 값과 그 값의 변화율이 될 수도 있다.

불확정성원리에 관해서 칸트의 ‘선험적’이란 의미의 첫 번째 내용을 살펴보자. 즉 불확정성원리가 경험에서 독립적으로 유래되었는가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원리만을 생각하기로 한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원리는, 입자는 자신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입자의 위치(x)와 운동량(p)을 완벽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서 측정오차가 전혀 없더라도,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원리를 식으로 나타내면 불확정 관계인 ∆x∆p≥h/2ㅠ(∆x : 위치의 불확정 양, ∆p : 운동량의 불확정 양, h : 플랑크 상수) 으로 나타낼 수 있다. 불확정성원리 즉 불확정관계 ∆x∆p≥h/2ㅠ는 실제 경험적 측정을 통해서 알아낸 것이 아니다. 이 식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경우 운동량의 불확정양은 무한대가 된다. 그러므로 불확정 관계 ∆x∆p≥h/2ㅠ을 경험적 측정으로 알 수 있으려면 경험적으로 무한대를 측정해야만 한다. 그런데 인간은 무한대를 측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불확정관계 ∆x∆p≥h/2ㅠ를 경험적 측정을 통해서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불확정성원리는 경험적으로 알아낼 수 없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원리는 모든 물질은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수학적으로 유도된 불확정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원리는 경험과는 독립적으로 도출한 원리로서 선천적인 원리이다.
앞의 관계식 qp-pq=ih/2π(h:플라크상수)에서 두 변수 q, p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아닌 다른 경우, 예를 들어, 물리계의 에너지 측정이 행해지는 시각과 에너지의 양, 혹은 장(예를 들어 전자기장)의 값과 그 값의 변화율인 경우에도, 동일한 불확정관계식 ∆q∆p≥h/2ㅠ을 따른다. 이 불확정관계식은 앞서 말한 대로 경험과 독립적으로 유도된 것이다.

불확정성원리에 관해서 칸트의 ‘선험적’이란 의미의 두 번째 내용을 살펴보자. 즉 불확정성원리가 선천적 개념으로서 경험의 대상에 상관하는가를 알아보자.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원리는, 앞서 말한대로 입자는 자신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입자의 위치(x)와 운동량(p)을 완벽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서 측정오차가 전혀 없더라도,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모든 대상에 적용된다. 그러므로 불확정성원리는 모든 대상에 대해서 위치와 운동량에 관해서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한다.
또한 대상의 에너지와 에너지 측정이 행해지는 시각에 관해서도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한다. 이와 같이 불확정성원리는, 두 변수 q, p가 qp-pq=ih/2π(h:플랑크상수)인 경우에 경험의 대상에 관해서 두 변수 q, p에 대한 인식의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대상에 관한 인식에 상관한다.
그래서 불확정성원리가 ‘선험적’이란 의미의 두 번째 내용을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즉 불확정성원리가 경험의 대상과 상관하는가의 문제도 설명되었다.

불확정성원리는 ‘칸트의 선험적’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였다. 따라서 불확정성원리를 다루는 것은 대상일반에 관해서 선천적으로 가능한 인식방식을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불확정성원리를 다루는 것은 ‘칸트가 의미하는 선험적’이라 할 수 있다. 불확정성원리는 양자역학의 핵심내용이므로 양자역학을 다루는 것은 ‘칸트가 의미하는 선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양자역학은 선험적 내용을 다루는 선험철학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양자역학은 qp-pq=ih/2π(h:플라크상수)가 성립하는 두 변수 q, p와 관련된 경험의 대상에 관한 선험철학이 수식으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석]

(주석1) ‘선천적’은 ‘경험에서 부터 독립적으로 우리 인식주관에서 부터 유래된’ 이란 의미로 볼 수 있다(B34, B39, B46, B90 참조).


[참 고 문 헌]

I. Kant, 최재희 역, <순수이성 비판>, 박영사, 1989.
I. Kant, N. K. Smith 역, "Immanuel Kant's Critique of Pure Reason", London,
Macmillan,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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