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9-03 16:16
현대미술에 있어서 그림의 의미를 양자역학에서의 파동함수처럼 표현
 글쓴이 : 곽윤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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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있어서 그림의 의미를 양자역학에서의 파동함수처럼 표현

곽 윤 항


과거의 미술은 객관을 분명히 묘사하여 화가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었다. 감상자의 상상이 도외시 되었다. 하지만 현대미술에서는 객관을 불분명하게 묘사하여 감상자가 상상할 여지를 남긴다. 이것은 감상자에 의해서 객관을 완성하게 만든다. 개념을 표현할 때에도 추상적으로 혹은 미완성의 상태로 표현한다. 이것은 감상자에 의해서 구체화 되게 만든다. 그림에서 객관이나 개념의 완성에 있어서 감상자의 몫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림에 부여되는 의미는 화가와 감상자의 연합으로 이루어진다. 즉 감상자가 개입하기 전에는 그림의 메시지가 불확정상태에 있다가 감상자가 개입함으로써 비로소 그림의 메시지가 성립하게 된다.

양자역학에 있어서 입자(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위치는 관찰자가 개입하기 전에는 불확정의 상태에 있다. 관찰자가 개입하여 입자를 관찰하는 순간 입자의 위치는 확정된다. 이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림의 의미가 감상자가 개입하기 전에는 불확정의 상태에 있다가 감상자가 개입함으로써 의미가 성립되는 것과 비슷하다.

양자역학의 코페하겐 해석(주석1)에 있어서 입자는 관찰되기 전에는 여러 위치에 동시에 존재한다. 입자는 각각의 위치에 존재할 확률을 가진다. 입자는 각각의 위치에 존재할 확률을 가지고 여러 위치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관찰자가 같은 장치를 가지고 똑같은 입자를 관찰할 때, 관찰할 때마다 똑같은 위치에 관찰되지는 않는다. 여러 번 관찰했을 때 그 입자가 각 위치에 존재할 확률에 비례해서 각 위치에 발견되는 횟수가 정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관찰자가 입자를 여러 번 관찰할 때 관찰되는 위치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그림도 감상자가 감상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각각의 의미는 감상자에 의해서 부여될 각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양자역학에서처럼 입자가 각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이 파동방정식에 의해서 수치화 되지는 않지만, 감상자에 의해서 각각의 의미는 부여될 크고 작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도 같은 감상자가 똑같은 그림을 관찰할 때 감상할 때마다 같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볼 수 없다. 감상자가 그림을 감상할 때의 그의 이성과 감성의 상태에 따라 똑같은 그림이라도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관찰당하지 않을 때 입자는,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물리적인 파동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인 확률파의 상태에 있다. 즉 입자의 위치가 불확정인 상태로서 수학적으로만 표현이 가능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일종의 관념 상태라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감상자가 개입하지 않을 때는 그림은 여러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의미 불확정의 상태로서, 그림의 의미들은 관념계에 존재한다.
관찰자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자의 위치에 관한 상태와 감상자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는 모두 관념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입자가 관찰자와 상호작용함으로써 입자는 특정한 위치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처럼, 그림도 감상자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그림은 특정한 의미를 드러낸다.
입자의 위치와 그림의 의미 모두 인간에 의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들 중에서 한 가지 가능성만이 실현된다. 인간은 불확정상태에 있는 입자의 위치를 확정함으로써 입자의 존재를 물질계에 드러나게 하고, 불확정상태에 있는 그림의 의미를 확정함으로써 그림이 인간의 관념계에 하나의 의미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관찰자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자의 위치에 관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감상자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의 의미에 관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관찰자가 개입하지 않을 때의 입자의 위치에 관한 상태와 감상자가 개입하지 않을 때의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같다. 이러한 유사점에 의해서 그림의 의미를 양자역학의 상태함수와 비슷하게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양자역학에서 관찰자가 개입하지 않을 때 입자의 위치에 관한 상태를 상태함수로 나타낼 수 있는 것처럼, 감상자가 개입하지 않을 때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를 입자의 상태함수처럼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입자의 위치에 관한 상태함수는, 가로축이 위치를 나타내고 세로축이 상태함수의 값(입자가 그 위치에 존재할 가능성과 관련된 값 : 이 값의 절대 값이 클수록 입자가 그 위치에 존재할 가능성이 커진다)을 나타내는 좌표평면상에 나타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함수는, 가로축이 의미를 나타내고 세로축이 상태함수의 값(그림이 작가 혹은 감상자에 의해 그 의미를 부여받을 가능성과 관련된 값 : 이 값이 클수록 그 의미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하면 된다)을 나타내는 좌표평면상에 나타낼 수 있다.

입자의 위치에 관한 가능성을 나타내는 상태함수는 입자의 파동방정식을 풀어서 나온 결과이므로 수학적으로 확정된 표현을 가진다. 그러나 그림의 의미에 관한 가능성을 나타내는 상태함수는 수학적 표현을 가질 수 없다. 그림이 내포하는 가능한 여러 가지 의미들은 작가의 의도와 구성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것은 수치화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수학적 표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부각시키려는 주된 의미를 알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된 의미와는 다르게 감상자에 의해 의미가 부여될 수 있지만,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의미를 감상자가 부여할 확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의도한 의미에 가장 높은 값을 부여하고, 감상자에 의해서 부여될 수 있는 다른 의미에도 어느 정도의 값을 부여하여 그릴 수 있다. 이렇게 그림의 의미에 관해 상태함수를 그리면 작가의 의도도 알 수 있고 감상자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와 비교할 수도 있다.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가 전체 의미 영역에서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현대 미술은 감상자가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이런 식으로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를 작가가 양자역학의 상태함수와 유사한 형태로 제시해주면, 감상자가 작가의 의도에 맞추어 그림을 이해하기에 좋을 것이다. 만약 작가가 그림에 부여하는 의미에 대해서 감상자로 하여금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 하려면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함수를 제시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함수를 제시하느냐 안하느냐는 작가의 자유이다.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감상자에게 알리고 싶은 정도에 따라 그림의 의미에 관한 상태함수를 더 정확하게 혹은 덜 정확하게 제시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림의 의미를 어떻게 분류하느냐이다. 여러 가지 분류 방법이 있겠지만 인간생활과 관련하여 분류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령,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으로 의미를 크게 분류할 수 있다. 각 분야에 관해서 세부적으로 의미를 다시 분류할 수 있다. 각 분야에 있어서의 분류도 여러 방식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분류의 문제는 다각도로 연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석]

(주석1) 양자역학의 해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코펜하겐 해석이 대체로 일관성이 있으며 많은 물리학자들이 수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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