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09 15:42
철학은 정말 위기인가
 글쓴이 : 곽윤항
조회 : 42  

철학은 정말 위기인가

곽 윤 항


( 이 주제는 2012년 4월 2일 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주제에 관한 글이 사라졌읍니다. 그래서 오늘 다시 올립니다.)

근래 들어서 부쩍 철학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철학자들로부터 많이 듣는다. 2000년대에 들어서 국내에서 철학과가 없어진 대학이 10여개가 된다(주석1). 미국의 유수한 대학의 하나인 플로리다 대학도 최근에 철학과의 박사과정을 폐지했다(주석2).
철학의 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쉽게 말해서 철학의 영역이 없어져간다거나 철학의 영역이 있다하더라도 인간에게 어떤 기여를 못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첫째 철학의 영역이 존재해야하고, 둘째 그 철학이 인간에게 어떤 형태로든 기여를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철학은 위기에서 벗어나서 철학의 존재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철학의 첫째문제 즉 철학의 영역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철학은 과거에는 인간이 탐구할 수 있는 모든 연구 분야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것으로써 최상의 지식형태로 여겨졌다. 그래서 다른 모든 형태의 학문연구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여러 분야의 학문의 발달로 인해 철학에서 다루던 내용들이 잠식당하여 구체화되고 전문화됨으로써 철학으로부터 분리되어 나갔다. 철학의 영역이 점점 좁아져 간 것이다. 철학에서 다루던 대표적인 주제들은 우주, 인간, 신에 관한 내용들일 것이다. 우주에 관한 주제들은 많은 부분들이 물리학으로 넘어갔고, 인간에 관한 주제들은 인문사회과학(인문학에 철학이 포함되지만 여기서는 철학을 제외하고 사용하는 것으로 한다.)으로 분리되어 나갔다. 신에 관한 내용은 종교학에서 다루게 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철학의 영역이 과연 존재 하는가?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과거에는 철학의 영역이었던 것이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으로 넘어감으로써 철학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똑같은 주제를 철학에서 다루었을 때 보다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에서 다룰 때 더욱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었고 그에 따라 실용적으로 되었다. 과거에 철학에서 다룰 때는 답(여기서 답이란 완전한 답은 아니다. 그 분야의 대다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수준의 답을 의미한다.)을 찾지 못했던 주제가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에서 답을 찾았다. 이런 주제들은 더 이상 철학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철학이 가질 수 있는 분야는 인간이 아직까지 자연과학적으로나 인문사회과학적으로 답을 찾지 못한 영역이 될 것이다. 이런 영역은 인간이 우주에 존재하는 한에 있어서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다.
가령 우리가 감각하고 인식하는 모든 현상들은 그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완전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고 찾을 수도 없다. 단지 그 본질에 대해 우리는 보다 더 합리적인 생각들을 향해 전진하는 일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인간이 우주에 존재하는 한 철학의 영원한 주제인 것이다.
또한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의도 끝이 없는 것이다. 인식의 범위를 아무리 확대한다 해도 그 너머의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논의는 철학의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식한다고 했을 때 그 인식의 정도와 의미에 대한 논의도 항상 따르는 문제로서 철학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인 것이다.
또한 인간문제에 있어서 해결되지 못한 무수한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들의 많은 부분이 철학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자연과학에서 해결되지 못한 많은 문제들 또한 철학의 영역에 포함된다.
과거에 철학에 있어서 활발히 논의 되었던 시간과 공간은 현대에 와서는 물리학에 있어서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체계화되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에 관해서 물리학에서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분들은 물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철학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
과거에 철학에서 논의되었던 내용들 중에서 증명이 되면서 물리학으로 넘어온 것들이 많이 있다. 이것들은 더 이상 철학의 영역이 아니다.
증명이 되지는 않았더라도 수학적으로 표현되고 다루어짐으로써 물리학으로 넘어온 것들도 많이 있다. 이런 것들은 물리학과 철학에서 동시에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철학의 영역은 아직까지 자연과학적으로나 인문사회과학적으로 답을 찾지 못한 영역이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답을 찾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에서 다루는 것이 방법적인 면에서 철학에서 다루는 것보다 더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철학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러한 경우 그러한 문제들을 철학에서 다루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철학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가령 해결되지 못한 경제학 분야의 문제를 다룰 때에 경제학인지 철학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문제를 다룬다면 철학은 자신의 정체성과 매력을 잃고 그 문제는 경제학에 완전히 흡수되어 철학은 그 문제에 관해서 설자리가 없을 것이다.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에서 다루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주제들을 철학에서 다룰 때에는 철저하게 철학적이어야 그 주제들을 철학의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까지 말한 철학의 첫째문제 즉 철학의 영역문제에 관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은 모두 철학의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영역은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철학이 영역이 없어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답을 찾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과학에서 다루는 것이 방법적인 면에서 철학에서 다루는 것보다 더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철학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러한 경우 그러한 문제들을 철학에서 다루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철학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철학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철학의 본성을 지켜 주제에 관해서 철저하게 본질적이고 논리적이고 사색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철학의 둘째문제 즉 철학이 인간에게 기여하는 문제에 대해서 철학하는 사람들은 염려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에게 기여해야 철학이 존재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현실적으로 철학이 기여하는 부분을 찾으려고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된 학문들에 기웃거리기도 한다. 다시 말해 그런 현실적인 학문들과 연계함으로써 철학은 그런 학문을 통해서 인간에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면서 애써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철학에서 기후변화, 원자력, 재생에너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것은 현실적인 학문들과 연계함으로써 의미를 찾으려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철학의 존재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 철학답지 못하고 자연과학인지 철학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철학자가 다룬 내용인데도 자연과학자가 다룬 내용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 원자력, 재생에너지에 관해서 해결이 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그 해결책을 찾는 문제는 철학에서보다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것이 지식기반으로 보나 방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그 내용들에 관해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철학자들이 다룸으로써 어설픈 자연과학 내용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런 내용들은 자연과학에 맡기고 철학자들은 그런 내용들에 기웃거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내용들을 철학자가 하게 되면 그런 내용들에 관해서 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내용들은 자연과학에서 더 잘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철학이 필요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

요즘 철학자들은 다른 모든 학문들을 향해서 전 방위적으로 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학문에 관여했을 때 철학자들이 문제점에 관해서 내리는 결론은 철학다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관여된 그 학문자체에서 내리는 결론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가령 경제학에 관련된 문제를 철학자가 다루어서 내린 결론을 보면, 경제학에서 내리는 결론과 다를 게 조금도 없는 경우를 보았다. 이럴수록 철학은 더욱 설자리를 잃어가고 다른 학문에 기생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쇠락해 갈 것이다.

철학자들은 다른 학문에서 다루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꼭 다루고자 한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철저하게 철학적이어야 한다. 철학적 용어나 철학적 개념을 몇 개 동원한다고 해서 내용이 철학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용자체를 철학적으로 재구성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철학적 분석을 함으로서 누가보아도 철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철학은 구차스럽게 보이고 철학은 현실적인 학문들에 흡수되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철학과가 대학에서 폐지되는 그런 수모를 겪어야 한다.

철학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과거로부터 내려온 철학의 전통을 지킴으로써 철저하게 철학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철학의 영역을 지킬 수 있고 철학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철학적일 때 즉 철학의 본성을 지켜 주제에 관해서 철저하게 본질적이고 논리적이고 사색적일 때 철학으로서의 정체성과 매력을 가지게 되고,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과 논리 그리고 생각하는 방법을 다른 학문에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철학의 위상과 역할을 확고히 할 수 있고 철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이 현실적 학문과 관련하여 기여하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철학은 철학답지 못하고 다른 학문에 흡수되기 쉽다. 철학은 답을 찾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 다른 학문분야에서 지식기반으로나 방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주제들을 찾아서 철학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다른 학문에 연구 방향을 제시해 주고 다른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면 그것이 바로 철학이 인간에게 기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랜 과거로부터 철학이 해왔던 방법인 것이다. 그러므로 철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전통적 방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요즘 학문 간의 융합이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철학이 다른 학문과 융합할 경우에도 철학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철학에서만 내놓을 수 있는 철학적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철학이 다른 학문에 어설프게 관여하고, 주체성 없이 융합할 경우 철학은 다른 학문에 흡수 융합될 것이다.

철학의 둘째 문제 즉 철학이 인간에게 기여하는 문제에 대해 앞서 말한 해결책을 다시 정리하면, 철학은 전통적 방식으로 돌아가서 철저하게 철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주제에 관해서 철저하게 본질적이고 논리적이고 사색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과 논리 그리고 생각하는 방법을 다른 학문에 가르쳐 줄 수 있고, 다른 학문을 선도하게 되어 철학이 인간에게 참다운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철학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고 철학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철학의 매력에 끌려 대학의 철학과 지원학생들도 점차 증가하리라 본다.
만약에 이런 경우에도 철학과 지원학생들이 감소한다면 그것은 철학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철학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고 철학이 매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철학은 당당히 다른 학문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주석]

(주석1) 이승종 '뉴미디어 시대와 인문학의 위기', <시장에 대한 철학적 성찰>, 한국철학회, 2009년 6월, 121쪽. 이 내용은 경향신문 2008년 4월 7일자 보도 자료를 이승종교수가 인용한 것임
(주석2)이승종 '뉴미디어 시대와 인문학의 위기', <시장에 대한 철학적 성찰>, 한국철학회, 2009년 6월, 121쪽.


 
 
 

물리학문화연구소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1233 현대타운빌314호     전화: 031-901-9753   E-mail: ctr2348@hanmail.net
Copyright ⓒ  by  IPHC.or.kr  All rights reserved.